정신과 의사인 저도 우울증을 겪었습니다: 제가 숨기고 싶었던 이야기
안녕하세요, 소민정신건강의학의원 원장 김민국입니다.
진료실에서 환자분들을 뵙다 보면, 마음속 깊은 이야기를 꺼내기까지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했을지 고스란히 전해져옵니다. 특히 우울감이 찾아왔을 때, 많은 분들이 이렇게 말씀하시곤 합니다.
"선생님, 제가 정신과 약을 먹을 정도로 약한 사람인가 봐요."
"다들 이렇게 참고 사는데, 나만 유독 유난을 떠는 건 아닐까요?"
그럴 때마다 저는 빙긋 웃으며 제 이야기를 꺼내고는 합니다. "사실 저도 우울증을 겪었고, 지금도 약을 먹으며 잘 지내고 있거든요." 의사이기에 앞서, 한 명의 인간으로서 오랫동안 우울과 불안이라는 파도를 건너온 동반자로서 오늘 진솔한 이야기를 건네보려 합니다.
정신과 의사가 되어서야 비로소 내 안의 우울을 보았습니다
제 이야기가 조금 놀라우실 수도 있겠습니다. 저 역시 의대를 거쳐 정신과 전공의 수련을 시작할 때까지, 제 안에 깊은 우울과 상처가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을 꽤 늦게서야 제대로 마주했습니다 [00:00:20, [00:30]].
청소년기 시절, 집안의 복잡한 상황 속에서 제 감정은 제대로 돌봄을 받지 못한 채 방치되었고 [00:49], 밤이면 학교 운동장을 홀로 서성이며 가슴 먹먹한 허전함을 견뎌야 했습니다 [01:22]. 하지만 그때는 그것이 병인지도 몰랐습니다. '다들 이렇게 사는 거 아니야?' 하고 스스로를 다그치며 당연하게 넘겼지요 [02:10].
의대에 입학해서도, 그리고 모든 이가 부러워하던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으로 유학을 갔을 때도 제 마음은 늘 가난했고 텅 비어 있었습니다 [00:03:00, [03:09]. 당시 저를 가로막았던 가장 큰 벽은 다름 아닌 ‘의사가 정신과 진료기록을 남기면 나중에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과 편견이었습니다 [04:08].
그렇게 방황하며 보낸 시간들이 돌이켜보면 가장 아쉽고 후회스럽습니다. 조금만 더 일찍 용기를 내어 도움을 청했다면, 덜 헤매고 더 단단해질 수 있었을 텐데요 [07:14].
우울증, 혹시 나도? 일상 속 가벼운 자가진단 팁
우울증은 마음이 약해서 생기는 감기 같은 것이 아닙니다. 뇌의 신경전달물질 균형이 깨지고 마음의 에너지가 고갈되어 신호등을 켠 상태와 같습니다. 다음과 같은 증상들이 2주 이상 지속되고 있다면, 단순한 피로로 넘기지 말고 마음의 안테나를 켜보셔야 합니다.
흥미와 기쁨의 상실 (Anhedonia): 예전에는 재미있게 하던 취미, 사람 만나는 일 등이 전혀 즐겁지 않고 무덤덤해집니다.
지속적인 무기력과 피로감: 아침에 눈을 떴을 때 하루를 시작할 에너지가 전혀 없고, 온몸이 젖은 솜처럼 무겁게 느껴집니다.
수면 및 식욕의 변화: 잠이 잘 오지 않거나 반대로 자도 자도 졸리고, 입맛이 뚝 떨어지거나 반대로 폭식을 하게 됩니다.
부정적 사고와 자책: ‘나 때문에 다 망쳤어’, ‘내가 살아있어 뭐 하겠나’ 하는 무가치감이나 가벼운 자살 사고가 반복됩니다.
생각보다 훨씬 쉽고 안전한 우울증 관리와 치료
우울증은 누구나 걸릴 수 있는 흔한 마음의 질병이며, 생각보다 훨씬 더 잘 관리하고 통제할 수 있는 질환입니다. 진료실에서 만나는 환자분들에게 제가 늘 드리는 말씀이 있습니다.
약물 치료는 뇌의 ‘안경’과 같습니다: 시력이 나빠지면 안경을 쓰듯, 뇌의 신경전달물질 균형을 맞추기 위해 항우울제를 복용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럽고 안전한 치료법입니다. 저 역시 저에게 가장 잘 맞는 약을 찾아 꾸준히 복용하며 일상을 평온하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비약물적 관리와 일상의 루틴: 약물 외에도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 햇볕 쬐기, 그리고 내 감정을 억누르지 않고 일기로 기록하는 작은 습관들이 회복에 큰 힘이 됩니다.
전문가와의 만남은 가장 빠른 지름길입니다: 혼자서 끙끙 앓으며 수년을 허비하는 것보다, 문을 열고 들어가 전문가의 객관적인 도움을 받는 것이 인생의 시간을 가장 현명하게 아끼는 방법입니다.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제가 제 부끄러운 과거와 우울증 경험을 이렇게 꺼내어 놓는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아, 저 의사도 저렇게 겪고 지금 잘 살고 있구나. 나만 이런 게 아니구나’ 하는 안도감을 드리고 싶기 때문입니다.
마음의 통증을 방치하지 마세요. 용기 내어 내민 손 한 끄트머리에서, 우리의 일상은 생각보다 훨씬 눈부시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오늘 하루, 지친 나를 향해 "그동안 애썼다"고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주시길 바랍니다. 여러분의 평온한 마음의 길을, 소민정신건강의학과가 언제나 곁에서 응원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