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종업원에겐 다정하고, 배우자에겐 까칠한 당신에게

소민정신건강의학과 김민국 원장입니다.

진료실에서, 혹은 일상에서 우리는 참 '착하고 친절한' 사람들을 많이 만납니다. 식당 종업원에게 늘 공손하게 인사하는 사람, 길가에 지나가는 강아지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사람, 낯선 이에게 기꺼이 차례를 양보하는 사람들을 보면 마음이 따뜻해지곤 하죠.

하지만 정신과 의사로서, 그리고 한 가정의 구성원으로서 문득 이런 질문을 던지게 되는 순간이 있습니다.

"우리는 과연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도 그만큼 친절할까요?"

가면이 벗겨지는 순간, 진짜 모습이 드러납니다

대외적으로 보여주는 친절과 다정함은 생각보다 큰 에너지가 들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어쩌면 찰나의 순간이거나, 나도 모르게 타인의 시선을 의식한 '이미지 메이킹'일지도 모릅니다.

진짜 한 사람의 품격과 인성을 시험하는 무대는 낯선 이들이나 나를 지켜보는 대중 앞이 아닙니다. 모든 가면과 긴장이 벗겨지는 곳, 바로 '집 안'입니다.

간혹 밖에서는 세상에 둘도 없이 너그럽고 좋은 사람인데,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180도 다른 에너지를 뿜어내는 분들이 있습니다. 밖에서 온갖 좋은 에너지를 타인에게 다 쏟아붓고 정작 방전된 몸과 마음으로 집에 돌아와, 가장 사랑하는 배우자와 아이들에게는 차갑고 날카로운 찌꺼기 감정만 쏟아내는 것이죠.

하지만 밖에서 아무리 훌륭한 사람으로 칭송받는다 해도, 나를 가장 잘 알고 아껴주는 가족들에게 상처를 주고 있다면 그것은 결코 '진짜 착함'이라 말할 수 없습니다.

진짜 착함은 가장 가까운 곳에서 증명됩니다

진짜 착하고 단단한 사람은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에서 표시가 납니다.

  • 모르는 사람에게 미소 짓는 것보다, 잔뜩 지쳐 돌아온 가족 앞에서 화낼 뻔한 순간을 참고 부드럽게 말 한마디 건네는 것.

  • 사회적 관계를 위해 배려하는 것보다, 내 곁을 묵묵히 지켜주는 소중한 이들에게 고맙다, 사랑한다 먼저 표현하는 것.

그것이 훨씬 더 어렵고 고귀한 '진짜 선함'입니다.

만약 우리가 "사느라 바쁘다"는 핑계로, 혹은 너무 편하다는 이유로 나를 가장 아껴주는 이들을 함부로 대하고 있다면 잠시 걸음을 멈추고 스스로에게 본질적인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나는 왜, 무엇을 위해 이토록 열심히 살고 있는가?"

내가 밖에서 성공하고 좋은 사람으로 인정받으려는 궁극적인 이유도, 결국은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과 행복해지기 위함이 아니었나요? 주객이 전도된 삶은 결국 마음의 공허함만을 남길 뿐입니다.

좋은 글에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넘어, '멈춤'의 액션으로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 잘해야 한다는 말이, 지친 여러분에게 또 하나의 '의무'나 '숙제'처럼 무겁게 다가가지 않기를 바랍니다. 하루 종일 밖에서 치열하게 버티다 온 날에는, 가족에게 다정하게 말 한마디 건넬 에너지조차 남아있지 않는 것이 어쩌면 당연합니다.

만약 요즘 들어 가족들에게 자꾸 날카로운 말이 나가거나, 나의 따뜻한 마음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것 같아 속상하시다면, 그건 여러분이 나쁜 사람이라서가 아닙니다. 지금 내 마음의 에너지가 완전히 고갈되었다는 위험 신호입니다.

그럴 때는 무리해서 억지로 좋은 부모, 다정한 배우자가 되려고 노력하지 마세요. 대신 잠시 멈추고 생각해보셔야 합니다. ‘아, 지금 나에게 휴식이 필요하구나.’

내 잔이 비어있는데 어떻게 남에게 물을 따라줄 수 있겠습니까. 가족에게 진짜 다정함을 전하기 위해서라도, 먼저 나를 돌보고 채우는 시간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그 마음의 에너지를 채우는 가장 좋은 연습이자 액션이 바로 '명상'입니다.

거창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루에 단 5분이라도 조용히 눈을 감고 깊은 호흡을 하며, 오롯이 나만의 숨에 집중해 보세요. 밖에서 묻혀온 긴장과 스트레스를 호흡으로 비워내고, 먼저 내 마음의 빈 잔을 고요함으로 채우는 것입니다.

오늘 퇴근길, 현관문을 열기 전 잠시 차 안이나 엘리베이터 앞에서 숨을 크게 고르고 생각해보세요. "오늘 하루도 애썼다"고 나 자신을 먼저 토닥여주는 것입니다. 내가 먼저 쉬어 가고 채워져야, 비로소 사랑하는 사람들을 품어줄 마음의 빈자리도 생겨납니다.

"가족에게 가장 깊은 친절을 베푸는 첫걸음은, 역설적이게도 지친 나 자신을 먼저 보듬고 쉬게 해주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소중한 이들을 지키기 전에, 지친 여러분의 마음이 먼저 편안해질 수 있도록 소민정신건강의학과가 늘 곁에서 함께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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