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망상, 성격 탓이 아닌 뇌의 신호입니다
안녕하세요, 소민정신건강의학과 원장 김민국입니다.
오늘도 각자의 삶이라는 무거운 배낭을 메고 묵묵히 하루를 버텨내신 여러분께 깊은 존경과 위로를 전합니다. 저 또한 진료실 밖을 나서면 여러분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하고 유약한 한 사람일 뿐입니다. 그래서인지 제 앞의 환자분들이 겪는 고통이 결코 남의 일 같지가 않습니다.
오늘은 마음의 병 중에서도 관계를 가장 처참하게 무너뜨리는 '부정망상(의처증과 의부증)'에 대해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내 보려 합니다.
1. 의심하는 마음과 의심받는 마음의 지옥
누군가를 사랑해서 시작된 마음이 어쩌다 날카로운 가시가 되어 서로를 찌르게 된 걸까요. 부정망상은 부부 및 연인 관계의 신뢰를 송두리째 흔드는 지독한 고통입니다.
의심하는 당사자의 고통 24시간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불안과 확인하고 싶은 충동 때문에 일상이 마비됩니다. 본인도 이 의심이 괴롭고 멈추고 싶지만, 통제할 수 없기에 매 순간 지옥 같은 시간을 보냅니다.
의심받는 배우자(연인)의 고통 아무리 결백을 증명해도 믿어주지 않는 벽 앞에서 깊은 절망을 느낍니다. 자신의 모든 동선과 일상이 감시당한다는 공포 속에서 서서히 자존감을 잃어갑니다.
결국 이 병은 사랑하는 두 사람 모두를 정신적으로 피폐하게 만들고, 함께 쌓아온 소중한 삶의 터전을 무너뜨리고 맙니다.
https://youtu.be/_XFtTWKBgQs?si=6XdTxkaOxZlbt3aQ
2. 부정망상, 생각보다 '약물치료'로 잘 고쳐지는 병입니다
많은 분이 이를 단순한 '성격 차이'나 '유별난 질투'라고 치부하며 병원 찾기를 주저하십니다. 하지만 제가 진료실에서 경험한 부정망상은 의외로 약물치료에 아주 정직하고 빠르게 반응하는 질환 중 하나입니다.
망상은 성격의 문제가 아닌 '생물학적 현상'입니다
망상은 뇌 안의 신경전달물질 불균형으로 인해 생기는 생물학적 오류일 때가 많습니다. 적절한 약을 복용하면 머릿속을 가득 채웠던 뾰족한 의심의 목소리들이 조금씩 잦아들고, 그제야 비로소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마음의 공간'이 생겨납니다.
본인 스스로가 지금의 괴로움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마음으로 치료를 직접 구(Seek)하는 것, 그것이 회복의 위대한 첫걸음입니다.

약 복용 전과 후
3. 곁을 지키는 당신의 마음도 치료와 보호가 필요합니다
제가 진료실에서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은, 그동안 의심을 받아온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치유입니다. 억울함과 분노, 슬픔으로 가득 찬 배우자 또한 이미 마음속에 깊은 내상을 입은 상태입니다.
*"*환자가 아픈 사람이니까 무조건 참으세요" 라는 말은 남은 이에게 너무나 가혹한 처사입니다.
의심받아온 분들 역시 정서적인 지지가 절실합니다. 만약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불면증이나 불안장애를 겪고 계신다면, 일시적인 약물치료를 통해서라도 본인의 마음을 먼저 보호하셔야 합니다. 내가 무너지면 관계를 회복할 최소한의 기회조차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https://youtu.be/CmkvypHxe70?si=9dw7gtaVp_4EMcik
4.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소민의 문을 두드려주세요
저 역시 매일 약을 삼키며 제 마음의 균형을 잡으려 애씁니다. 병을 앓고 치료를 시작한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더 나은 삶을 살고 싶다는 간절하고 적극적인 의지의 표현입니다.
- 혹시 지금 이 순간에도 배우자의 휴대전화를 뒤적이며 괴로워하고 계신가요?
- 혹은 이유 없는 의심과 비난에 숨이 막혀 매일 눈물 흘리고 계신가요?
더 이상 혼자서 끙끙 앓지 마세요. 우리 함께 그 무거운 짐을 안전하게 내려놓을 방법을 찾아보았으면 합니다.
언제든 소민의 문은 열려 있습니다. 당신의 잃어버린 평온을 위해, 이곳에서 귀 기울여 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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